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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가계부

부부 세계 여행 총 결산 비용 및 후기

by 강조제 2020. 6. 12.

본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탈한 삶을 뒤로한채 야심차게 떠났던 세계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뜨뜨미지근한 강제 결말을 짓게 됐다. 1년에서 1년 반을 계획했던 세계여행은 288일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고 때론, 300일도 안되는 여행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 하던 직장을 그만뒀나 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무모한 이 여행에 대해 어떤이는 손가락질을 또 어떤이는 선망의 시선을 보내왔다. 가벼운 손가락질에 아파하지도 않았고 부러움의 시선에 으쓱해 하지도 않았다. 후회는 없다.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가던, 내 인생의 주체를 '나' 자신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고 넓은 세상을 배웠다. 무엇보다 빈이와 밤새 웃고 떠들며 나눌 수 있는 값진 추억을 얻었으니까-  

 

 

2019년 2월 11일에 시작한 여행은 2020년 3월 5일에 종지부를 찍었다. 언뜻보면 1년이 넘는 시간을 여행한 것 같지만 9월 칠레 아타카마 백팩 도난 사건으로 잠시 귀국하게 됐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시 출국했기 때문에 일수로 따지면 288일밖에 되지 않는다. 

 

1차 여행 기간은 214일 2차 여행기간은 74일이며, 총 28개국 67개 도시를 돌았다. 아프리카의 경우 트럭킹을 이용하여 다녔기 때문에 더 많은 도시를 돌았을것으로 추정된다.

 

여행경로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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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꾸따,우붓,길리,스미냑)-인도(델리,자이푸르,아그라)-두바이-터키(앙카라,카파도키아,페티예,데니즐리,이스탄불)-그리스(아테네,산토리니)-헝가리(부다페스트)-크로아티아(자그레브,플리트비체)-오스트리아(빈)-체코(프라하,체스키크롬로프)-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독일(뮌헨)-이태리(베니스,로마,피렌체,피사,밀라노)-스위스-스페인(바르셀로나,마드리드,그라나다,세비야)-포르투갈(리스본,포르투)-모로코(마라케쉬,메르주가)-이집트(다합,카이로,샴엘)-남아공(케이프타운)-나미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잠비아-브라질(상파울루,리우,이과수)-아르헨티나(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우수아이아,엘칼라파테,바릴로체)-칠레(산티아고,이스터,아타카마,칼라마)-한국-라오스(방비엥,비엔티엔)-태국(방콕,푸켓,치앙마이,빠이)-미얀마(만달레이,바간,양곤)-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랑카위,조흐바루)

 

그 외

총 정산 비용은 2인 가격이며, 유럽 남미에선 주로 버스 이동을 하였고 숙박은 유럽에서만 한인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나머진 웬만하면 1박 기준 3만원 언더의 숙소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예산을 초과하는 숙소도 많았고,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이외엔 대부분 간단한 요리로 끼니를 해결했다.

 

 

19/02/11-02/28

발리 물가는 한국대비 저렴한 편이라 9할 이상은 외식을 했다. 가장 많은 친구들을 만난 곳이기도 해서 식비를 많이 쓴 곳 중 하나다. 서핑하기 좋은 꾸따, 초록초록한 우붓, 거북이 천국이었던 길리, 도시적인 스미냑 한달을 지내도 모자란 곳

 

 

 

19/02/28-03/08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았던 곳- 관광명소 입장료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가격차가 극명하다. 7일밖에 안되는 짧은 여정이었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화된 내 기억 때문인지 인도의 매력을 늦게서야 깨우친건지- 가끔은 그리운 곳이다. 

 

 

19/03/08-03/11

더럽디 더러운 인도에서 넘어온 탓일까- 천국같이 느껴졌던 두바이다. 살인적인 외식 물가를 자랑하지만 마트 물가는 한국대비 꽤 저렴하다. 외식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다닐만한 곳이지만 길게 있기엔 지루한 곳. 몽골에서 만났던 아미와 그녀의 남자친구 파핟을 만나서 3일 내내 함께 지냈다.

 

 

19/03/12-03/22

수동 렌트카를 빌려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냈다. 나는 한가로웠지만 빈이가 운전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앙카라 마트에서 구매한 붉은 만다린은 천국의 맛이었다. 처음 맛본 천국의 맛에 여행 내내 원없이 먹었다. 각각의 도시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땅덩어리가 워낙 커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다.

 

 

19/03/23-03/27

그리스에 방문한 이유는 only 산토리니 때문이었는데, 쉽게 갈 수 있었던 산토리니를 돌고 돌아서야 갈 수 있었다. 터키 지중해쪽 도시에서 운항하는 배가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페티예에서 힘들게 이스탄불까지 올라간 것. 힘들게 온 보람 따위도 없는 곳- 산토리니는 tv로만 즐기자. 그리스 로마신화도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남은 것이라곤 터키와 그리스가 서로 원조라고 싸우는 기로스뿐.

 

 

19/03/27-04/02

유럽이지만 저렴한 물가로 한달살이에 적합한 곳- 부다페스트 외에 다른 도시를 가보진 못해서 많은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작은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봄날의 부다페스트는 사랑일 것이다.

 

 

19/04/02-04/06

재미 없기로 유명한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밖에 다녀오지 못했지만 플리트비체 하나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다음엔 꼭 남부로 내려가볼 것이다.

 

 

19/04/07-04/08

1박 2일로 짧게 거쳐갔던 도시- 예술인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건 마트보다 못한 명성만 자자한 슈니첼을 먹으며 감동하던 옆테이블의 한국인 신혼부부와 빈이가 고대했던 클림트의 키스, 우연히 찾았던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안 레스토랑뿐.

 

 

19/04/08-04/14

발리에 이어 많은 이들을 만났던 곳- 인생 처음으로 스카이다이빙을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저렴한 물가와 꿀꺽꿀꺽 넘어가는 청량한 맥주, 쫀득한 꼴라뇨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곳. 동우와 병호의 에어비앤비에서 먹었던 빈이표 김치떡볶이 또한 잊을 수 없다. 햇살 내리 쬐는 여름날의 프라하가 궁금하다.

 

 

19/04/14-04/17

숙소에서 만났던 일본인 할머니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인터넷도 안되는 피쳐폰과 작은 캐리어 하나를 들고 이제서야 여행하는 당신 자신이 바보 같다고 하시던, 나도 너희처럼 젊은날에 많은 세상을 경험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묻어나는 목소리. 그치만 젊은날의 시선과 노년의 시선은 분명 다를것임을- 운터베르크는 못갔지만 잠 못이루도록 짙은 여운을 남긴 짧은 대화가 오갔던 그곳.

 

 

19/04/17-04/20

잘츠에서 3년여간 함께했던 6S를 보내고, 뮌헨에서 새로운 XR을 맞이했다. 돈지랄은 나를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지었으면 했지만, 인기도 없는 축구 티켓을 암표로 산것도 모자라 어린이 티켓을 구매한 빈이. 즐거웠으면 됐다. 

 

 

19/04/21-05/02

낭만의 도시 베니스를 시작으로 남들에겐 최애 여행지라는 로마- 우리에겐 한식대첩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먹어도 먹어도 목 말랐던 한식을 원없이 먹었다. 피렌체도 피사도 밀라노도 그닥. 눈 돌아가는 저렴한 명품과 1일 1젤라또로도 모자랐지만 단 한번뿐이었던 아쉬운 젤라또만 기억에 남을 뿐. 아! 밀라노에서 먹었던  스폰티니 피자는 기억해야한다. jmt

 

 

19/05/02-05/07

운이 없는걸까, 운이 좋은걸까- 살인적인 물가를 핑계로 스위스패스 3일권으로 스위스를 타파하려 했지만 하늘은 우릴 돕지 않았다. 남들은 할인 받아 구매하는 스위스패스를 인터라켄 역전 카운터에서 정가로 구매하고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프랑스를 버리고 스위스를 택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따뜻한 햇살을 가득 머금은 푸릇한 잔디 위에 계절을 초월하는 새하얀 눈이 내려 앉은 모습을 언제 볼 수 있겠는가- 눈살 찌푸려지는 잔소리를 하시던 츤데레 할머니도, 철학을 공부하는 프랑스 유학생 스탭도, 명치 끝까지 들이마시던 신선한 공기도, 무엇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는 곳

 

 

19/05/09-05/19

정렬의 나라- 중심부인 바셀의 매력을 찾으려 애써 봤지만 글쎄? 뭐, 세계 대스타 메시를 봐서 신선하긴 했다. 진정한 스페인은 남부가 아닐까 싶다. 거닐다 보면 지루한 유럽이지만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은 또 다른 유럽이다.

 

 

19/05/20-05/27

빈이와 내가 유럽의 끝판왕이라고 부르는 곳- 가파른 언덕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새어나오는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그 곳의 분위기를 한층 더 미묘하게 만든다. 온몸에 찌든 피곤함 때문에 급히 발걸음을 돌린 것이 두고두고 후회 된다. 한국에 와서 그 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열심히 찾아 봤으나 실패했다. 바삭하다 못해 바스락 부서지는 에그타르트와 매일 밤 날 황홀하게 해줬던 포르투의 노을이 그립다.

 

 

19/05/27-06/03

누군가에겐 꿈이었을 사하라 사막- 외국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밖에 보지 못하는 그들의 국민성에 치가 떨린다. 어느 블로그에서 그랬듯이 그들이 가는 길과 내가 가는 길은 다를테니, 분노하지 않기로 했다.

 

 

19/06/04-06/25

여행에 지쳐 있을무렵 도착한 다합- 바다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작은 도시에서 나름(타 도시 대비) 오랜시간을 지냈지만 게으름의 끝판왕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몇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산호가 빼곡했던 그 바다가 흔한 것이 아니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작은 인도라 느껴지던 고대 문명의 도시 카이로는 그저 그랬지만 탁한 바다를 볼 때면 알록달록 했던 다합의 바다가 사무치도록 그립다.

 

 

19/06/26-07/25

'할인'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위험하다. 선착순 20%라는 세일 소식에 코스도 모른채 남들이 한다는 코스로 트럭킹을 결제해버렸다. 아프리카에도 겨울은 있었고 매일 밤 침낭 속에서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저렴할것이라 생각했던 그 곳은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겐 녹록치 않은 곳이었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숨죽이며 지켜보던 야생의 기린, 코뿔소, 코끼리, 얼룩말 수 많은 동물들은 황홀 그 자체였다. 내가 그들의 세계를 침범한 낯선 이방인으로 느껴질 정도로 수 많은 동물들을 만났다. 누군가 내게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묻는다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트럭킹만큼은 비추할것이다.

 

 

19/07/25-08/04

치안 나쁘기로 악명 높은 곳- 대낮의 거리와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남미에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 우리도 브라질 막판에 카드 복제를 당했다. 다행히 화나카드의 발빠른 대처로 피해는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구멍가게에서 카드를 이용한적은 없는데 이상스럽다. 딱히 어떠한 매력도 느낄 수 없었던 곳이다.

 

 

19/08/04-08/26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곳- 천혜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로에 2천원도 안하던 소곱창과 돼지고기보다 저렴한 꽃등심을 매일같이 먹었다. 큰맘 먹고 갔던 레스토랑의 2만 5천원짜리 스테이크는 그간 먹었던 스테이크 중 단연 1등이다. 우수아이아의 3만원짜리 킹크랩과 온화한 그들의 미소가 그리운 밤이다.

 

 

19/08/26-09/09

내겐 최악이었던 곳-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이스터섬까지는 버틸만 했다. 볼리비아의 시위 때문에 아타카마에 발이 묶여 버렸고 볼리비아로 들어갈 방법을 찾는 도중 칼라마에서 빈이가 없는 사이 가방을 도난 당했다. X자식들- 다행히 엄청나게 비싼 물건은 없었지만 이태리에서 구매한 세상의 빛조차 못본 프라다 지갑과 자질구레한 전자기기 부속품들을 잃어버렸다. 긴 여행에 지쳐 있었고 멘탈이 탈탈 털려서 동생이 있는 LA로 갈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이 더 저렴하길래 그 자리에서 한국행을 결정했다. 이 사건 때문에 우리의 여행을 1년도 채우지 못한것 같아 아쉬웠지만 뭐 나름대로 재정비하는 시간도 가졌고 소중한 행사도 치뤘다. 니들은 평생 그러고 살기를 바라는 바다.

 

 

19/09/10-09/10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했던 애틀란타- 발바닥에 땀 나도록 돌아다니고 몸은 찌들었지만 마음은 설레임 뿐이었던 한국행 비행기.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순대국밥부터 먹었다.

 

 

19/12/24-12/31

22일 식을 올리고, 이브에 떠난 라오스 어쩌다보니 신행지가 라오스가 됐다. 작은 시골마을 방비엥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 +빈이가 몸살까지 나서 하루는 호텔방에만 있었다. 남들만큼 즐기진 못한것 같지만 방비엥의 삐약국수와 폿 이모의 샌드위치는 사랑이다.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남자들끼리 여행은 추천할만한 곳이다.

 

 

20/12/31-01/05

카운트다운 하겠다고 온 방콕인데 장소를 잘못 선택했다. 요즘 떠오르는 샛별은 아이콘시암이다. 현지인이라면 연예인이 많이 오는 센트럴월드가 제격이겠지만 한국 연옌도 문외한인 나는 태국 연옌을 알리가 없다. 내 생에 첫 외국 새해맞이인데 두고 두고 후회 중이다.

 

 

21/01/05-01/12

첫 해외여행지였던 푸켓. 이미 중국인들에게 점령 당한 푸켓은 예전의 아름다움은 찾아 볼 수 없다. 건기에만 열린다는 왕실의 시밀란 섬도 다합만 못했다. 추억으로만 간직할걸 그랬지 싶다. 그래도 땡모반은 푸켓이 가장 맛있다.

 

 

20/01/12-02/09

태국에서 가장 정감 가는 곳이다.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면 여행자들의 블랙홀 빠이라는 작은 동네가 나온다. 적당한 한적함을 지닌 치앙마이와는 달리 게으름이 넘쳐 흐르는 곳이다. 한시가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팔색조의 매력이 있는 곳. 치앙마이도 빠이도 디지털노마드가 되어 살고 싶은 곳이다.

 

 

20/02/09-02/22

연예인이라도 본듯 부끄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순박한 사람들과 고대도시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던 바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음식만큼은 정말 맛이 없다. 신선한 경관이었지만 애써 생각해야 기억나는 곳이다.

 

 

20/02/22-03/05

동남아의 강대국 중 하나로 적당한 도시화와 저렴한 물가 다인종 국가라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슬람  국가로 밤에 돌아 다녀도 안전한 편- 알콜은 비싼 편이지만 랑카위만큼에서는 예외다. 섬 전체가 면세구역이라 알콜쟁이들에겐 천국인 곳! 싱가폴로 넘어가려다 코로나 때문에 급하게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때, 돌아오길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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